3일 준비하고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하기 - 23

여행은 내게 무엇을 남겼을까.

여행이 꼭 내게 무엇을 남겨야 할까.

무엇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 그건 욕심이다.

여행이 끝나고 무엇이 내게 남았는지는

내가 결정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 선물과도 같은 것이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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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크렘린 궁전 구경이 끝났다.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곳

러시아에서 역사가 쓰여진 곳

 

 

러시아 역사의 중심

 

러시아 정치의 중심

 

 

마치 러시아라는 나라에 와서

이방인이 러시아의 심장을

여행하고 돌아가는 기분이다.

 

출구가 보인다.

 

이 다리를 건너면

다시 세상 속으로 간다.

 

크렘린 궁전은 일반인들과 차별화하고

스스로를 고도로 신격화한 장소가 아닌가.

 

어느 나라의 궁전이든 마찬가지이다.

자금성도, 오사카성도, 그리고 한국의 경복궁도

높은 담을 쌓고,

높은 건물을 짓고

 

일반인의 삶과 동떨어진

특별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

 

 

이곳을 떠나기 전

나는 내가 들어간 입구를 다시 한 번 사진으로 남겨둔다.

내가 다녀온 자리.

내가 줄을 서서 기다리던 장소.

애착이 가는 장소.

 

아침에 관광객들이 그룹으로 모여있던

광장도 이제는 조금 한산하다.

 

나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까.

 

아직 정하지는 않았다.

 

나는 여행할 때 딱히 계획을 잡지 않는다.

직접 눈으로 보고

직접 발로 걷고

직접 느낀 대로 가는 것을 좋아한다.

 

모스크바 기차는 참 편리하다.

빠르다.

엄청 빠르다.

 

이제 게스트하우스로 간다.

좀 쉬고 싶다.

몸이 고단하다.

 

새벽 4시경 내린 열차에서

나는 바삐 움직여 지하철을 타고 붉은 광장으로 바로 뛰어갔다.

그곳에서 환상의 풍경을 보았다.

그리고 러시아의 심장인 크렘린 궁전도 보았다.

 

오랫동안 추위에 노곤함을 푼다.

 

배가 고팠다.

점심도 걸렀다.

잠깐 나와서 마트로 간다.

 

마트를 다니는 것은 참 재미있다.

신기한 음식, 물건들이 잔뜩있기 때문이다.

 

이 빵 정말 맛있었는데...

 

이 호스텔은 한국 사람들도 꽤 많이 왔다 갔나보다.

홀로 여행을 도전하는 사람.

친한 친구와 함께 여행을 온 사람.

다양한 사연과 다양한 이야기를 안고 떠나 온 사람들

 

문득 한국어를 보니

한국이 그리워진다.

 

저녁이 다 되었다.

 

이제 밤이 어둑해지고

나는 일찍 잠을 든다.

 

다음날 아침

눈이 잔뜩 왔다.

 

눈이 얼마나 왔는지

신발을 찍으면 알 수 있다.

나만의 이 순간, 기억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이다.

 

나만의 길을 간다.

나만의 길을 걷는 것이 중요하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간에

나는 내 길을 간다. 

이런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때론 사람들이 내 인생에 빤짝 나타나

너는 그 길을 가면 안되

너는 그 길을 걸으면 실패할거야

훼방을 놓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솔직히 조금씩 흔들린다.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내가 가고 있는 길에서

획 돌아서 다른 길을 걷고 있을 수 도 있다.

 

하지만, 그 길을 나의 길이 아닌 것이다.

나의 길을 내가 정한다.

 

때론 그럴 필요도 있다.

 

흔들리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럴 때 마다

나는 내 길은 내가 결정해.

누가 뭐래도 난 내가 제일 잘 알아.

 

자신감으로, 용기 있게 도전하길 바란다.

 

 

나는 이 때 당시에 그러지 못했다.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러시아로 회피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회피하는 일은 그 순간이면 잠깐

본질적인 문제는 내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때 

여전하다.

 

여전히 세상은 그대로이고

난 변한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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