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준비하고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하기 - 31

2021. 6. 6. 10:11시베리아 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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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여행자

여행이란 나 자신을 숨겨진 곳에서 끄집어 내는 것이다.

여행에 대한 감상이나 

여행은 이런 것이다 뻔히 사람들이 말하는 그것

지루하고 진부하다.

여행은 무엇이다고 저마다 정의한다.

정할 수 없는 것을 정의하는 것이다.

그만큼 여행이라고 하는 것은 나 자신을 찾는 것과 같은 숭고함이 있다.

무엇을 찾으러 너는 그렇게 다니냐

그리고 지금까지 찾지 못했다면 너의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어둑해진 겨울 밤

아니 이곳의 봄은 서서히 피어날 준비를 한다.

 

3월에도 여전히 눈이 오고

여전히 춥다.

 

차갑게 얼어붙은 도시는

묘하게 붉은 벽돌을 쌓아 활활 타오르는 멋진 야경을 선사한다.

 

무겁고 차갑게 내려앉은 지붕

 

많은 사람들이 이곳의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여과되지 않은 감성 같은 것이다.

 

정제하지 않은 소금처럼

날 것 그대로의 살아숨쉬는 러시아의 심장.

 

작은 눈 발이 계속해서 날린다.

 

 

두 개의 뾰족하게 솟은 탑은 

하나의 문 만을 개방하여

광장으로 사람들을 이끈다.

 

처음 7일 동안 기차를 타고 달려

모스크바에 도착하였을 때가 생각한다.

 

오직 내 머리속에는 붉은광장 하나 뿐 이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이 이곳이기도 하다.

 

꿈 속에서만 존재하던 크렘린 궁전과 성 바실리 성당은

내게 러시아라는 환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

환상속에 이미지가 구체적으로 실현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났을 때의 희열을 이루 다 말하지 못한다.

 

인간은 이런 저런 감정을 느끼는 동물이지 않나.

나 역시 그런 본성에 충실할 뿐.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들

 

 

 

낭만적이고 환상적이다.

 

 

 

 

나는 굼백화점으로 발걸음을 향하고 있었다.

 

잘 정돈된 백화점

쇼핑하기에 굉장히 좋은 구조인 것 같다.

 

달콤한 디저트는 역시 인기가 많다.

 

여러 매장이 입점해 있었다.

나는 브랜드 옷 등에 관심이 많지 않아서

내가 주로 본 것은 인테리어였다.

 

해파리를 잡는 스타워즈의 악마? 같은 컨셉이다.

 

꽃을 판다.

분수도 있다.

기분 좋은 경험을 선사하는 것은 마케팅의 한 방식이다.

 

덕분에 여행자는 볼 것 도 많아서 좋고

기분 좋은 경험도 많이할 수 있다.

 

건물은 서로 수 많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다리가 튼튼하지만 

이렇게 보니까 꽤 아슬아슬해 보인다.

 

이렇게 아름다운 백화점을 본 적이 있었나.

 

물건을 사지 않아도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은 매우 훌륭한 경험이다.

 

백화점의 영업 마감시간이 1시간 채 남지 않았다.

 

난 서둘러 구경을 한다.

굶주린 배를 끌어안고

 

조금씩 지쳐간다.

 

 

 

 

 

배가 고프다.

 

호주에서 아빠가 사 오셨던 UGG 신발 가게도 만났다.

 

분수와 그 옆에 핀 벗꽃들

 

 

 

 

 

 

사진을 더욱 예쁘게 찍고 싶어서 

여러 컷 남긴다.

 

내게 신선한 경험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분수가 있는 백화점이라...

 

 

 

 

꽃 집에 사람은 없었다.

꽃들이 저녁인줄도 모르고 피어있다.

 

내가 좋아하는 수선화.

 

여러장 찍는다.

 

수선화가 이렇게 모여있는 경우는 잘 본적이 없었다.

보통 알 뿌리 하나에 꽃 하나가 피기 때문이다.

 

 

다시 넓은 광장으로 나왔다.

광장의 힘이 느껴졌다.

 

광장의 힘이라는 것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한 인지심리학자의 강연을 들었던 적이 있다.

화가 날 때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1. 넓은 공간

2. 운동

3. 잠

 

사람들은 넓은 공간에 서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해방감, 개방감을 느낀다.

이런 감정이 내 자신의 장벽을 스스로 무너트리게 만들고

열리게 만든다.

 

이런 심리적인 효과를 의도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모인 공간에 자신의 존재의 존엄성을 일깨우려고 하기도 할 것이다.

 

넓은 공간(광장)과 사람들의 군중심리 등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참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있을 것 같다.

 

내가 느끼는 이곳 광장에서의 감정은

해방감이다.

 

모든 예술적 총아가 집중된 광장에 서면

나는 알 수 없는 깊이의 해방감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이곳에 더 머물고 싶다.

한국에는 잘 없는 공간이기 때문에.

한국에 꼭 필요한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중국 분이 날 찍어줬다.

감사하다.

 

레닌의 묘는 1년 365일 동안 누군가에 의해서 불이 꺼지지 않고

누군가에 의해서 안전하게 호위되고 있다.

 

늦은 밤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많다.

 

나는 이제 슬슬 다시 숙소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오늘도 참 좋은 경험 많이했다.

오늘도 참 보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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