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준비하고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하기 - 17

2021. 2. 28. 14:31시베리아 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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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의 끝, 모스크바 역에 서는 기분은 어떨까.

장시간 기차 안에서 섰다가, 앉았다가, 누웠다가를 반복한다.

객실 밖 사람들은 오래토록 앉아있기 힘든 사람들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 신선한 바람이 필요한 사람들이 나와있다.

 

나 역시 객실이 답답할 때 자주 바깥에 나와 서 있다가 다시 들어갔다.

객실 안에 러시아말을 할 줄 모르는 동양인이 나 뿐이있기 때문에

물론 나는 여러사람들의 관심에 표적이 되기도 했다.

 

나무위키에서 읽어본 러시아사람들의 국민성 중에서

내가 특히 기억에 남고 이건 맞는 것 같다고 생각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람 누구나 쉽게 친해지고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다.'

순화하여 표현한 말이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대화를 즐긴다.

객실안에서 가족처럼 이야기하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알고보니 가족이 아니라 그날 처음만나는 사람이었다.

체스도 함께 뜨고, 밥도 같이 나눠먹었다.

 

내가 태어나기 전 한국 사람들이 갖고 있던 친절함과 친밀함을 

이곳 사람들은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고요한 마을의 아침 풍경을 찍는다.

 

 

열차 안에서 문득 하늘을 바라본다.

비행기가 날아간다.

 

 

 

긴 꼬리 구름을 만들고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모스크바에 가까워질 수록

나는 이 순간이 못내 떠나보냄이 섭섭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억 속에 오랫동안 붙잡을 수 있도록

사진을 열심히 찍는 일이다.

 

 

열차 안에서 친해진 러시아 초등학생이다.

구글 번역기를 돌려가면서 열심히 묻는다.

러시아 말도 가르쳐 주었다.

게임도 같이 한다.

 

눈 꽃 축제에 간다면

이런 풍경을 볼 수 있겠지

 

 

 

 

 

참 오래된 차다.

이런 오래된 차도 러시아에서는 자주 볼 수 있다.

 

마을 옆을 지나간다.

 

나무 울타리, 목조 주택, 그리고 비닐하우스

내가 생각하기에 전형적인 러시아 시골집이다.

 

잠시 정차한 기차는 다시 출발한다.

 

 

스키를 장비를 잔뜩 들고 열차에서 내리는 사람이다.

 

스포츠 팀인 것 같다.

겨울이 긴 러시아에서 동계 스포츠는 매우 인기가 높다.

 

울창한 숲

이야기 꾼들은 이걸 보며 온갖 재미있는 동화를 만들어 내고 싶을 것이다.

 

 

 

긴 시간 따뜻한 물을 마음껏 마실 수 있도록 

열차 안에서 없어서는 안 될 물 끓여주는 기계다.

 

 

열차 안에서 마지막 밤.

그리고 시베리아 횡단도 어느새 끝에 가까워진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 아닌가.

시작은 늘 긴장되고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끝은 늘 아쉽다.

중간이 없이 사는 걸까.

즐기던 순간은 사진으로 그리고 글로 남아있다.

 

시작과 끝이 아닌 중간 만을 살 수 없을까.

끝을 향해 달려가는 순간.

끝을 미리 다녀와 그 때의 벅찬 감동을 미리 안고 살 순 없을까.

 

새벽 4시 이제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흐트러 진다.

 

꾹꾹 참아온 설움이 터질 듯 하다.

 

누구도 축하해 주지 않는다.

축하를 바라지 않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횡단은 자기 축포만 터진다.

 

묵은 짐들을 가지고 사람들은 이곳에서 내린다.

끝은 끝이 아니었다.

그들은 저마다 갈 곳이 정해져 있다.

그렇기에 끝은 다시 시작이다.

 

7일 간 기차 안에서 나는 얼마나 달라졌던가.

7일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무튼 뿌듯하다.

기분이 묘하다.

 

내가 머문 공간을 뿌리치고 떠나는 일은 못내 섭섭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곳 앞에서 쉽게 발자국이 떨어지지 않는다.

나의 정취가 남아있는 이 곳.

 

모스크바 역 안으로 들어간다.

 

천장이 높다.

 

 

이곳까지 나를 데려다 준 열차여

작별의 인사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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