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28. 12:39ㆍ시베리아 횡단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여행자에게 넉넉한 인심을 베푼다.
열차는 급할 것 없이 달리며 각 도시에서 온
탑승객들에게 따뜻한 품을 내어준다.
나는 때를 맞춰 먹는 것만 준비하면 된다.
침대가 식탁이 되고, 의자가 된다.
이부자리는 잠시 접어두었다가 또 펼쳐 덮는다.
창 밖의 풍경은 영화가 되고
열차가 달리는 소리는 자장가가 된다.
이보다 더 이상의 만족은 없기에
돈을 쓸 일도 이곳에서는 거의 없다.
아침이 밝아온다.
도시의 가로등 불빛은 하나씩 꺼져간다.
동이 트고
따뜻한 물에 카누를 태운다.
햇볕이 들기 전 나무는 잠이 덜깬채로 몸을 일으켜 세운다.
오이 두 조각과 소시지를 넣은 라면을 먹는다.
아침이다.
단백질, 탄수화물, 비타민 이것만 신경쓰면 된다.
푸른 초원은 눈 아래 숨어있다.
배고픔에 어슬렁대는 늑대도 어디론가 가고없다.
러시아 성당의 지붕은 특이하다.
도시의 건물은 보통 성당의 높이를 넘지않는다.
열차는 잠시 멈춰선다.
열차가 출발한다.
내가 타고 있는 열차와 비슷한 열차를 찍는다.
공장에서 피는 연기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처럼
어디로 갈 줄 몰라한다.
검은 연기를 걱정하듯 바라본다.
또 다시 열차가 멈춘 사이에
잠시 내려 간식을 사온다.
달달하고 아주 맛있다.
홍차와 같이 먹으려한다.
간이 매점에서 간식과 생필품 정도는 살 수 있다.
반바지와 잠옷차림의 아저씨들은
막간을 이용해 연기를 피운다.
열차는 다시 출발한다.
나는 점심 준비에 분주하다.
토마토를 화장실에서 씻어 온다.
마법에 걸린 감자가루에
뜨거운 물이라는 주문을 불면
맛있는 스프가 되는 게 참 신기하다.
매점에서 사 온 빵을 함께 두고
사진을 찍는다.
푸짐한 밥상이다.
열차 안에서 찍은 사진임에도
마치 훌륭한 미러리스 카메라로 찍은 듯 하다.
흔들리는 열차 안에서도 이런 멋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역에 정차한다.
시간은 어느새 훌쩍 지나가버렸다.
자작나무 숲 뒤로 넘어간 해는
또 다시 어두운 밤을 준비하라는 신호다.
겨울의 밤은 일찍 찾아 오고
또 길어진다.
숲 속을 걷는 상상을 한다.
해는 넘어가버리고
나는 다시 이부자리를 편다.
모래면 드디어 모스크바에 도착한다.
아마도 그날 새벽 4시경에 도착할 듯 하다.
또다른 아침이 밝았다.
나는 다시 컵라면에 물을 붓는다.
이런 음식도 이제는 조금씩 질린다.
오늘 날씨는 매우 쾌청할거란 기대를 해본다.
지나치는 작은 마을도 깊이 눈여겨 본다.
거대한 영토에 이리도 깊숙한 곳에
사람들이 사는 걸 보면 경이롭다.
길가에 위치한 집들은 아마
매일 지나는 기차 덕분에
심심하지는 않을 거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러시아의 가옥형태를 관찰한다.
경사진 지붕, 목재를 사용한 집이 많다.
창문의 크기는 비교적 큰 편이다.
얼핏 듣기에 자식을 보러간다고 하셨던
할머님의 뒷 모습을 바라본다.
우리 할머니가 생각나 울컥한다.
3일 준비하고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하기 - 17
횡단의 끝, 모스크바 역에 서는 기분은 어떨까. 장시간 기차 안에서 섰다가, 앉았다가, 누웠다가를 반복한다. 객실 밖 사람들은 오래토록 앉아있기 힘든 사람들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 신선한 바
moon-times.tistory.com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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