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28. 20:12ㆍ시베리아 횡단
오직 선택만 있을 뿐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씩 선택의 순간이 온다.
가장 효율적으로 선택을 결정하지만
떄로는 가장 둘러가는 길이 될 수 도 있다.
선택하는 순간 뒤 돌아볼 수 없다.
선택하는 순간 다시 뒤를 향해 걸어갈 수 없다.
선택이란 무겁다.
선택이란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자는
오랜시간 방황의 길을 걸어야 한다.
신체와 정신은 나약해지고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무엇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하철을 타고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에 도착했다.
건축 당시 이 건물은 모스크바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
유럽 구 도심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건축물은
대부분 성당일 것이다.
인간의 나약함을
크고 웅장한 성당을 지음으로서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인생의 고단함을 이겨낼 수 있었다.
성당은 그저 대리석으로 쌓아올린 건물만은 아니다.
인간으로서 가장 고도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재능과 감각의 총아다.
건물의 외벽장식, 그리고 황금색 돔은
그저 자신이 믿는 신을 향해
인간이 가장 인간다울 수 있는 선물인 것이다.
나는 어느 새 모스크바까지 참 멀리도 왔다.
불과 몇 주 전에 나는 한국에서
갓 졸업하고,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잠시 정비하는 사람이었는데
만나야 하는 인연을 다 만나야 하기 때문일까
러시아와 나와의 인연은 어디 꿈에서라도 예상하기라도 했던가.
오랜 꿈, 횡단을 마쳤다는 기쁨이 따른다.
성당 앞 작은 기념품 가게에 들렸다.
다른 곳 보다 아기자기하고
품질도 좋아보인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도
이곳에 들어서면 주광색 불빛의
따스함이 느껴지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다.
성당 내부 구경을 마치고
눈이 내린 모스크바의 시내를 구경한다.
그냥 돌아다니는 것이다.
저기 멀리서 크렘린 궁전이 보인다.
보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먼 거리를 돌아다니지는 못한다.
눈이 많이 왔는데도 사람들도 많다.
모스크바 강변에 어떤 청동상이 서 있다.
나를 단 번에 한국 사람인지 알아봐준
어떤 태국 사람이 사진을 찍어주었다.
자신이 한국 드라마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한국 사람인지 느낌으로 알았다고 했다.
신기하다.
보통은 일본인이나, 중국인으로 생각을 많이하는데
어쨌든 사진 한 장을 공을 들여 찍어주셨다.
나는 이곳을 꽤 오랫동안 서성거린다.
왜?
당시에는 내게 많은 감흥을 준 장소였던 것 같다.
비탈길에 쌓인 눈은
모여 산이 된다.
눈을 치우는 일은 힘들고
고되다.
어린 시절에는 눈이 마냥 좋았다.
눈을 보면 힘들고 고되다는 생각이 먼저 들면
어른이 된거라고 한다.
순진함을 잃고, 이제는 현실 속에 살아가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자연의 순리다.
하지만 자연의 시계에 맞게 살면서
순진함과 순수함을 현실감과 바꿔야 한다는 것이
때론 서글프다.
멀리서 보이는 성당
아름다운 아치교
유럽은 어느 도시이든
예술감이 뛰어나다.
나의 미적 기준이 서구화 된 걸까?
아니면 인류 역사상 인간의 예술이 고도로 발전했던
곳에서 만나는 건축물과 예술작품을 보면서
내가 느끼는 감정과 흥분이 당연한 걸까?
붉은 벽돌의 도시다.
강물은 맑지는 않다.
하지만 눈 오는 풍경으로
강위에 뜬 오리는 추위를 잊었다.
재바르게 물질을 해서
먹고 사는 일에 오롯이 집중한다.
황색의 오리도 보인다.
오리의 무리
무리지은 오리들은 평화로워 보인다.
성당에서 저 멀리 보이던
청동상을 향해 다가간다.
이 동상은 물론 역사의 한 장면을
예술적으로 재현한 것이다.
청동상을 보고 더 멀리까지 가보려했으나
엄두가 나지 않아서
다시 성당쪽으로 돌아온다.
울타리 위에 앉은 비둘기들은
모스크바 아줌마들이 검은색 모자를 쓰고
검은색 모피코트를 입은 것과 비슷해보인다.
다음글도 많은 기대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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