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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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준비하고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하기 - 11
잘 정돈된 도시에 살다보면 가끔 무질서한 세상에 매력을 느낀다. 질서와 체계를 만드는 세상 바깥으로는 본능적이고 자유로운 사람들이 살고 있다. 여행이란 규칙적이고 반복되는 일상의 틀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것이다. 그 속에 또 다른 세상을 발견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새로운 나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이란 찾는 것일까. 찾을 수 있는 걸까.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틀에서 벗어나 살기를 원한다. 행복한 사람이 되기보다 즐길줄 아는 사람이 되고싶다. 러시아 역들의 컬러감은 아프리카의 컬러감과 대등하다. 이러한 과감한 시도 아주 칭찬한다. 역 앞으로 트램이 지나간다. 나는 시내까지 걸어서 갔지만 (걸어서 가면 멀고 힘들다) 다시 역으로 올 때는 트램을 탔다. 이르쿠츠크에서는 꼭 트..
2021.02.27 -
3일 준비하고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하기 - 10
세상에서 가장 큰 나라 그리고 그 가운데 떡하니 자리잡은 세계 최고 깊이의 담수호 여름이면 푸른 빛 속살을 자랑하며 여행객들에게 훌륭한 휴식처가 되고 겨울이면 꽁꽁 얼어 붙어 하얀 눈을 덮고 오래토록 잠을 잔다. 아쉬움 뿐이다. 푸른 빛 물결을 직접 보고 싶다. 필터를 씌워본다. 내가 받은 신비한 느낌을 사진으로 남겨보고 싶다. 호수위를 지나는 차들 눈 위에는 길이 없다. 누군가 먼저 지나가면 그게 길이 되는 것이다. 호수 가까이 자리한 마을 여기 사람들에게 눈은 일상이고 겨울을 나는 동료다 이제 마을을 지나 이르쿠츠크역에 가까워진다. 나는 이곳에 내려 정비의 시간을 갖고 도시를 구경하려 한다. 이르쿠츠크는 러시아에서 중앙에 위치한 도시다. 기차 안에서 러시아의 주요 도시들을 지나면서 다른 도시의 사람들..
2021.02.27 -
3일 준비하고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하기 - 9
러시아에 왔다면 러시아어 알파벳은 배우길 추천한다 나는 열차 안에서 속성으로 익혔다. 네이버 러시아어 회화 어플로 열공했다. 러시아 사람들과 짧은 몇 마디라도 나눠보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리고 나무위키 러시아편을 읽어보면 이 나라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새벽 아침 오늘 아침은 도시락과 사과 하나다. 도시락은 러시아에서 매우 대중적인 음식이다. 나만 이걸 사 왔는 줄 알았는데 러시아 현지 인들도 열차를 탈 때 꼭 챙겨온다. 라면은 라면이다. 입맛에 잘 맞다. 오늘도 날씨가 좋다. 제법 큰 도시에 서는 듯 하다. 곰이 사는가 보다. 열차에 내려 바람을 쐰다. 긴 정차시간 동안 매점에서 간식이라도 조금 사 올려고 한다. 역은 내가 좋아하는 민트색이다. 셀프 흑역사를 남긴..
2021.02.26 -
3일 준비하고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하기 - 8
열차는 시간이란 터널을 뚫고 달린다.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하나 고민하지 않아도 괜찮다. 무엇을 하고 있어도 시간은 가고 무엇을 하고 있지 않아도 시간은 간다. 어떻게 시간을 보내든 괜찮다. 승무원이 파는 간식을 하나 사 봤다. 제법 맛있다. 곡선길이 있을 때 마다 시도하는 머리칸 찍기 단촐한 아침식사 화장실은 셀카찍는 놀이터 서양배를 하나 베어 문다. 열차에는 정차역과 도착시간 그리고 정차시간까지 적혀있다. 이걸 사진으로 찍어 놓길 추천한다. 거의 정확하게 (오차 없이) 역들 사이를 운행한다. 승무원(아주머니) 한 분이 열차에 상주하시면서 때마다 청소를 하시고 열차표도 확인하신다. 필요하면 이 분께 문의해서 원하는 것도 살 수 있다. 눈을 뜨면 어디서든 하얀 눈을 볼 수 있다. 하얀 눈 위에 새겨..
2021.02.26 -
3일 준비하고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하기 - 7
처음에 러시아에 좀 다녀와야겠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공산주의 국가를 왜 가려하느냐 차라리 안전한 곳을 갔다오는게 낫지 않냐 동양인 혐오, 스킨헤드 등등 들어도 무서운 이야기가 많았다. 나 역시 러시아에 대해서 완벽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나의 경험으로 볼 때 러시아에 대해 사람들은 막연하게 공포심과 불안감을 갖고 있지 않나싶다. 이 곳 사람들은 주말이면 기차를 타고 스키 가방을 메고 가족들과 함께 여가를 즐기고 기차 안에서 스도쿠 문제를 풀거나 서로 모르는 사람을 만나도 배척하지 않고 즐겁고 유쾌하게 이야기하고 웃고 떠든다. 또한 몽골인이나 조선족 등의 동양인도 비율이 비교적 높아서 그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고있고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지만 오페라나 음악 공연보는 일 만큼은 꼭 포기..
2021.02.26 -
3일 준비하고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하기 - 6
시베리아 횡단하기는 나의 버킷리스트였다. 누군가는 말한다. 살면서 대단한 목표를 세우거나 그걸 이루기 위해 살지마라. 지금 당장 버킷리스트를 써라. 그리고 그것을 하나하나 지워가는 재미로 살아라. 내게는 그 말이 적잖은 충격이었다. 누군가는 자신이 평생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살다간다. 고급진 외제 승용차를 타고, 고급진 아파트에 살면 행복할거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나는 흔하디 흔한 차도 없고 흔하디 흔한 아파트 한 채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 말이 옳은지 그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직감이란게 있지 않나. 나는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나 하나 이뤄가면서 세상을 살아간다. 그리고 지워진 나의 버킷리스트를 바라보며 아 나는 성장하였구나... 생각한..
2021.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