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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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준비하고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하기 - 17
횡단의 끝, 모스크바 역에 서는 기분은 어떨까. 장시간 기차 안에서 섰다가, 앉았다가, 누웠다가를 반복한다. 객실 밖 사람들은 오래토록 앉아있기 힘든 사람들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 신선한 바람이 필요한 사람들이 나와있다. 나 역시 객실이 답답할 때 자주 바깥에 나와 서 있다가 다시 들어갔다. 객실 안에 러시아말을 할 줄 모르는 동양인이 나 뿐이있기 때문에 물론 나는 여러사람들의 관심에 표적이 되기도 했다. 나무위키에서 읽어본 러시아사람들의 국민성 중에서 내가 특히 기억에 남고 이건 맞는 것 같다고 생각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람 누구나 쉽게 친해지고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다.' 순화하여 표현한 말이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대화를 즐긴다. 객실안에서 가족처럼 이야기하고 ..
2021.02.28 -
3일 준비하고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하기 - 16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여행자에게 넉넉한 인심을 베푼다. 열차는 급할 것 없이 달리며 각 도시에서 온 탑승객들에게 따뜻한 품을 내어준다. 나는 때를 맞춰 먹는 것만 준비하면 된다. 침대가 식탁이 되고, 의자가 된다. 이부자리는 잠시 접어두었다가 또 펼쳐 덮는다. 창 밖의 풍경은 영화가 되고 열차가 달리는 소리는 자장가가 된다. 이보다 더 이상의 만족은 없기에 돈을 쓸 일도 이곳에서는 거의 없다. 아침이 밝아온다. 도시의 가로등 불빛은 하나씩 꺼져간다. 동이 트고 따뜻한 물에 카누를 태운다. 햇볕이 들기 전 나무는 잠이 덜깬채로 몸을 일으켜 세운다. 오이 두 조각과 소시지를 넣은 라면을 먹는다. 아침이다. 단백질, 탄수화물, 비타민 이것만 신경쓰면 된다. 푸른 초원은 눈 아래 숨어있다. 배고픔에 어슬렁대는 늑..
2021.02.28 -
3일 준비하고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하기 - 15
다시 열차를 탑승한다.이르쿠츠크는 처음 만난 날 따뜻하게 맞이했고여길 떠날 때까지 포근하게 감싸주었다.사람들은 친절하고, 음식은 달콤하다.북적거리는 시장에서 들리는 러시아어는 향기를 불어일켜 나를 그곳으로 다시 이끈다. 열차 안에서는 뚝딱하면하루가 도깨비 방망이처럼 사라진다.피곤했는지 어제 밤 저녁은 푹 잘 수 있었다. 검은 숲과 하얀 눈그 속에 살아갈 동물들을 상상한다. 좌석에 매트리스를 깐다.누워서 잘 때 조금 좁을 수도 있지만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열차 안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내리고 또 올라탄다.내 앞 좌석에도 사람들이 자주 바뀐다. 이번 모스크바까지는 4인석(1층, 2층 각 1명씩 좌석이 서로 마주보고 가는 형태)이다. 함께 탄 50대 중후반의 아저씨는 나랑 모스크바까지 동행한다.가는 동안 서로 ..
2021.02.27 -
3일 준비하고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하기 - 14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심지어 무엇이 나의 트라우마였는지 잊은채 바쁘게 일상을 보내기도 한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꿈 같은 면허를 따고나서 나는 냉혹한 현실의 벽에 부딪혀 상처를 입었다. '공부만 하면 돼'에서 '이제는 먹고 살아야해'로 바뀌게 된 것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마주한 세상은 낯설고 심지어 나를 속였다는 생각에 배신감도 느꼈다. 창창하게 펼져진 미래는 어디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했다. 아르바이트 한 번 하지 않아도 졸업할 수 있게 해 주신 부모님께 정말로 감사했고 한편으로 죄송스러웠다.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은 날 더욱 힘들게 했다. 러시아 여행은 숨을 좀 쉬고 싶어서 떠났다. 다행히 춥고 얼어붙은 이곳은 나를 따뜻하게 위로해주었다. 이르쿠츠크의 병원이다.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2021.02.27 -
3일 준비하고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하기 - 13
사람들의 본성은 모두 다르다. 바깥 활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집안 활동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오죽 천태만상이라는 말이 있을까. 세상의 모습도 이리도 다양한데 우리의 모습도 모두 같은 모습으로 살 필요는 없다. 왜 떠나는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모두 같은 모습으로 살기를 바라는 세상에게 나대로 살아가겠다는 반항, 일종의 공격이다라고. 도시의 아침은 조용하다. 이르쿠츠크 음악대학교이다. 어제 저녁에 왔던 마트를 또 왔다. 간식거리를 사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우리집이 여기 마트 옆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어제 저녁에 침대에 누웠는데 미리 봐둔 빵이 눈에 계속 밟혔..
2021.02.27 -
3일 준비하고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하기 - 12
호스텔에 체크인하고 먹을 것을 사러 마트로 나간다. 여기를 찾기가 힘든 이유가 있었다. 보통 한국에서 건물의 입구는 앞쪽에 있는데 여기는 앞쪽 입구로 들어가면 갈 수 있는 공간과 뒤쪽 입구로 들어가면 갈 수 있는 공간이 따로다. 코너에 위치한 병원 유심히 관찰했다. 마치 공책을 사면 앞 장에 그려진 그림과도 같은 풍경 병원 마크에 여우? 개?가 그려져있다. 아침 8시 ~ 저녁 7시까지 매우 열일하는 병원이다. 관광 안내판이다. 이 건물은 나름 유서깊은 건물인가 보다. 1912년에 지어진 러시아-아시아 은행 건물이다. 이르쿠츠크라는 도시의 산업 성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은행이라 유명한 것 같다. 유럽의 도시와 풍경이 비슷하다. 기차 안에서 만난 친구에 물었다. 러시아는 유럽이니? 아시아니? 그 친구는 이..
2021.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