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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준비하고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하기 - 15
다시 열차를 탑승한다.이르쿠츠크는 처음 만난 날 따뜻하게 맞이했고여길 떠날 때까지 포근하게 감싸주었다.사람들은 친절하고, 음식은 달콤하다.북적거리는 시장에서 들리는 러시아어는 향기를 불어일켜 나를 그곳으로 다시 이끈다. 열차 안에서는 뚝딱하면하루가 도깨비 방망이처럼 사라진다.피곤했는지 어제 밤 저녁은 푹 잘 수 있었다. 검은 숲과 하얀 눈그 속에 살아갈 동물들을 상상한다. 좌석에 매트리스를 깐다.누워서 잘 때 조금 좁을 수도 있지만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열차 안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내리고 또 올라탄다.내 앞 좌석에도 사람들이 자주 바뀐다. 이번 모스크바까지는 4인석(1층, 2층 각 1명씩 좌석이 서로 마주보고 가는 형태)이다. 함께 탄 50대 중후반의 아저씨는 나랑 모스크바까지 동행한다.가는 동안 서로 ..
2021.02.27 -
3일 준비하고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하기 - 14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심지어 무엇이 나의 트라우마였는지 잊은채 바쁘게 일상을 보내기도 한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꿈 같은 면허를 따고나서 나는 냉혹한 현실의 벽에 부딪혀 상처를 입었다. '공부만 하면 돼'에서 '이제는 먹고 살아야해'로 바뀌게 된 것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마주한 세상은 낯설고 심지어 나를 속였다는 생각에 배신감도 느꼈다. 창창하게 펼져진 미래는 어디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했다. 아르바이트 한 번 하지 않아도 졸업할 수 있게 해 주신 부모님께 정말로 감사했고 한편으로 죄송스러웠다.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은 날 더욱 힘들게 했다. 러시아 여행은 숨을 좀 쉬고 싶어서 떠났다. 다행히 춥고 얼어붙은 이곳은 나를 따뜻하게 위로해주었다. 이르쿠츠크의 병원이다.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2021.02.27 -
3일 준비하고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하기 - 13
사람들의 본성은 모두 다르다. 바깥 활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집안 활동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오죽 천태만상이라는 말이 있을까. 세상의 모습도 이리도 다양한데 우리의 모습도 모두 같은 모습으로 살 필요는 없다. 왜 떠나는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모두 같은 모습으로 살기를 바라는 세상에게 나대로 살아가겠다는 반항, 일종의 공격이다라고. 도시의 아침은 조용하다. 이르쿠츠크 음악대학교이다. 어제 저녁에 왔던 마트를 또 왔다. 간식거리를 사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우리집이 여기 마트 옆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어제 저녁에 침대에 누웠는데 미리 봐둔 빵이 눈에 계속 밟혔..
2021.02.27 -
3일 준비하고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하기 - 12
호스텔에 체크인하고 먹을 것을 사러 마트로 나간다. 여기를 찾기가 힘든 이유가 있었다. 보통 한국에서 건물의 입구는 앞쪽에 있는데 여기는 앞쪽 입구로 들어가면 갈 수 있는 공간과 뒤쪽 입구로 들어가면 갈 수 있는 공간이 따로다. 코너에 위치한 병원 유심히 관찰했다. 마치 공책을 사면 앞 장에 그려진 그림과도 같은 풍경 병원 마크에 여우? 개?가 그려져있다. 아침 8시 ~ 저녁 7시까지 매우 열일하는 병원이다. 관광 안내판이다. 이 건물은 나름 유서깊은 건물인가 보다. 1912년에 지어진 러시아-아시아 은행 건물이다. 이르쿠츠크라는 도시의 산업 성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은행이라 유명한 것 같다. 유럽의 도시와 풍경이 비슷하다. 기차 안에서 만난 친구에 물었다. 러시아는 유럽이니? 아시아니? 그 친구는 이..
2021.02.27 -
3일 준비하고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하기 - 11
잘 정돈된 도시에 살다보면 가끔 무질서한 세상에 매력을 느낀다. 질서와 체계를 만드는 세상 바깥으로는 본능적이고 자유로운 사람들이 살고 있다. 여행이란 규칙적이고 반복되는 일상의 틀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것이다. 그 속에 또 다른 세상을 발견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새로운 나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이란 찾는 것일까. 찾을 수 있는 걸까.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틀에서 벗어나 살기를 원한다. 행복한 사람이 되기보다 즐길줄 아는 사람이 되고싶다. 러시아 역들의 컬러감은 아프리카의 컬러감과 대등하다. 이러한 과감한 시도 아주 칭찬한다. 역 앞으로 트램이 지나간다. 나는 시내까지 걸어서 갔지만 (걸어서 가면 멀고 힘들다) 다시 역으로 올 때는 트램을 탔다. 이르쿠츠크에서는 꼭 트..
2021.02.27 -
3일 준비하고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하기 - 10
세상에서 가장 큰 나라 그리고 그 가운데 떡하니 자리잡은 세계 최고 깊이의 담수호 여름이면 푸른 빛 속살을 자랑하며 여행객들에게 훌륭한 휴식처가 되고 겨울이면 꽁꽁 얼어 붙어 하얀 눈을 덮고 오래토록 잠을 잔다. 아쉬움 뿐이다. 푸른 빛 물결을 직접 보고 싶다. 필터를 씌워본다. 내가 받은 신비한 느낌을 사진으로 남겨보고 싶다. 호수위를 지나는 차들 눈 위에는 길이 없다. 누군가 먼저 지나가면 그게 길이 되는 것이다. 호수 가까이 자리한 마을 여기 사람들에게 눈은 일상이고 겨울을 나는 동료다 이제 마을을 지나 이르쿠츠크역에 가까워진다. 나는 이곳에 내려 정비의 시간을 갖고 도시를 구경하려 한다. 이르쿠츠크는 러시아에서 중앙에 위치한 도시다. 기차 안에서 러시아의 주요 도시들을 지나면서 다른 도시의 사람들..
2021.02.27